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대한제분 곰표의 마스코트 표곰이라고 합니다. 1952년 인천에서 태어났지요. 저를 만들어주신 아버지는 북극곰인 저와 밀가루 모두 뽀얗게 하얗다는 공통점에 주목하셨다고 해요. 그 외에 강인하면서도 끈기 있는 모습, 무엇보다 치명적일 정도로 귀여운 모습에 반해 저를 대한제분 밀가루 브랜드의 얼굴로 만들어주셨죠.
Q. 1950년대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모두가 배고프던 시절이었잖아요. 대한제분 창업 당시 표곰이와 곰표 밀가루는 국민의 주린 배를 채운다는 사명으로 똘똘 뭉쳐있었다고 들었는데요.
A. 광복과 함께 이어진 한국전쟁은 온 국민을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게 했어요. 1955년, 우리 정부는 미국과 「공법 408호」의 협정을 체결했고 밀, 설탕, 면화 등을 원조받았죠. 대한제분은 원조 받은 밀을 가공해 밀가루로 제작, 저렴한 가격에 공급했어요. 국민의 배고픔을 해소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던 시절이었죠.
대한제분은 원조 받은 밀을 가공해 밀가루로
제작, 저렴한 가격에 공급했어요.
국민의 배고픔을 해소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던 시절이었죠.
Q. 그렇게 탄생한 대한제분이 2022년 7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표곰 님도 어느덧 70세가 되셨는데요. 칠순을 맞이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A. 사실 저의 칠순 목표는 제가 칠순인 것을 티내지 않는 것이었어요. 몸도 마음도 아직 청춘이고, 다양한 제품으로 젊은 친구들과 소통하고 싶었기에, 제 나이를 너무 강조하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죠. 더불어 올해에는 현장에서 고객과 직접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전시와 같은 공간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지난 부산디자인위크에서와 같이,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도 하였답니다.
Q. 부산디자인위크 현장에서 열린 전시 〈곰표 70주년, 수다쟁이 표곰이의 칠순 잔치〉는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형 전시였습니다. 이러한 전시를 기획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A. 저 표곰이가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니까요! 제가 주인공이 되어서 저와 대한제분의 역사를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건 재미가 없잖아요. 티키타카가 있어야 즐겁죠! 고객과 나누는 대화로 우리의 지난 70년을 재구성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톺아보고 싶었어요. 우리가 보여줄 것들을 나열하는 단순 전시보다는 고객이 직접 와서 즐기고 체험하는 공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싶다는 소박한 생각이었죠.
Q. 그런 고민이 있었던 덕분일까요? 고객과의 다양한 교감으로 전시장이 꽉꽉 채워졌던 것 같아요. 전시 기간 중에 특별히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실래요?
A. 전시의 첫 손님은 초등학교에서 단체로 놀러 온 어린이 친구들이었어요. 저희 곰표하우스의 고객들이 2030, 3040인지라 아직은 어린 친구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이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브랜드예요!” 말하며 알아봐주어서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몰라요! 그리고 생각보다 칠순 기념사진 촬영, 칠순 선물 만들기, 칠순 축하 메시지 작성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더라고요. 남겨주신 선물과 메시지를 살펴보면서 정말 기쁘고 행복했어요.
Q. 그게 다 지금까지 유쾌한 콜라보레이션으로 고객과 즐거운 만남을 지속해온 덕분이죠. 그런데 궁금해요. 조용히 지내던 표곰 님이 갑자기 수많은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2017년 브랜드 인지율 조사를 했는데 ‘밀가루 하면 생각나는 브랜드’를 물었더니 곰표의 인지율이 20%를 밑돌았어요. 20대에게 곰표는 이미 잊혀진 브랜드라는 반증이었죠. 우리는 주로 기업 대상으로 밀가루를 제공해왔기에,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서는 잊혀지고 있었던 거예요.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뼈아프게 인정하고 새로운 세대와 교감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했어요. 그때 마침 한 의류 브랜드에서 곰표 로고를 넣은 티셔츠를 무단 제작한 것을 발견했죠. 소송 등으로 대응할 수도 있었지만, 젊은 무드의 패션 브랜드에서 우리의 가능성을 발견해준 것이라 생각해 협업 상품 제작을 의뢰했고,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어요. 고객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너무 기뻤답니다. 그 후로 쭉쭉 이어진 콜라보 행진은 모두, 고객 가까이 가기 위한 저 표곰이의 노력이었습니다.
Q. 지금까지 어떤 콜라보레이션을 해왔었는지 소개해주실래요?
A. 티셔츠를 시작으로 패딩을 제작했고, 천연 원료로 화장품을 만드는 브랜드와 협업해 곰표 밀가루 쿠션도 출시했어요. CGV와 협업해 만들었던 곰표 나초와 팝콘은 편의점에서 봉지 과자로도 출시했고, 세븐브로이와 협업해 제작한 곰표 밀맥주는 전국 편의점 품절 대란 사태를 일으켰죠. 그 외에도 표문 막걸리, 곰표 밀눈 아이스크림, 밀떡볶이, 파전 등 정말 많은 상품을 출시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거요? 딱 하나만 꼽기란 너무 어렵지만, 처음으로 고객에게 “안녕”하고 말을 걸었던, 치킨너겟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주인공이 되어서 저와
대한제분의 역사를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건 재미가 없잖아요.
티키타카가 있어야 즐겁죠!
Q. 그러고 보니 2021년, 곰표 폰트를 제작하고 고객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A.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한국전쟁 이후에 태어났어요. 말과 글을 배울 여유조차 없는 척박한 환경이었죠. 그래서 당시에는 ‘곰표’ ‘독수리’ ‘코끼리’ 등 고객과 그림으로 소통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답니다. 뽀얀 제 얼굴을 보고 “밀가루구나!” 떠올리게 만드는 방식이었죠. 시대는 급속도로 변해 이제는 고객과 저 모두 말과 글을 배우게 되었어요. 이전과는 다른, 더 깊고 진정한 소통과 교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마침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으로 새로운 고객을 만나기 시작한 저는, 저만이 사용할 수 있는 대화의 도구가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곰표 폰트를 제작, 그를 활용해 고객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어요.
Q. 고객에게 말을 걸고 수다를 떨어보니 무엇이 달라지던가요?
A. 좋은 점이 정말 많아요. 무조건 반갑게 “안녕!” 말을 걸고, 고객의 이름을 물어보기도 하고, 70년 내공이 담긴 건강한 잔소리를 건네기도 하면서 고객과 더 많이 친근해졌어요. 이런 인터뷰를 통해 저에 대해 잘 몰랐던 어린 세대 친구들에게도 저에 대해 알려줄 수 있고, 부산에서 칠순 잔치를 열어 직접 고객을 만날 수도 있었고요. 지금까지 대한제분, 곰표 중심으로 역사를 만들어왔다면, 고객과 대화를 시작한 이후에는 고객의 목소리가 우리의 역사이자 현재, 미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더 멋진 미래를 위해, 고객과 더 많은 수다를 떨어보려고 해요. 고객의 삶에 즐거운 동반자가 되고 싶어요.
Q. 칠순 곰표, 앞으로는 어떤 행보를 보여줄 예정인가요?
A. 총 세 가지의 방향성을 설정했어요. 첫째, 우리는 밀가루 회사이니, 제분의 본질에 집중하자! 밀가루 하면 곰표, 곰표 하면 밀가루잖아요? 밀가루 중에서도 저희가 가장 자신 있는 게 통밀이거든요. 시중에 통밀을 활용한 제품들이 많지만 저희 제품을 드셔보시면 맛이 확실히 다를 거예요. 그래서 “아, 표곰이가 만들면 통밀 과자의 맛이 달라!” 이런 말이 절로 나오는, 다양한 통밀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답니다. 둘째, 몸매 관리에 신경 써서 3D 표곰이로 찾아뵐 예정이에요. 열심히 관리해서 더욱더 캐릭터스러운 모습으로, 여러분께 인사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마지막으로 저희가 받은 사랑을 다시 사회에 돌려드릴 수 있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기획해보려고 합니다. 저 표곰이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상에 사랑을 실천할게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다시 또 10년 뒤, 팔순에 곰표는 어떤 브랜드로 성장해 있을까요?
A.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식품 문화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어요. 밀가루 제조 회사를 넘어, 밀가루 식품을 만들고, 밀가루로 하는 체험을 발굴하고, 밀가루가 들어간 다양한 생활용품을 개발하는 곰표로 거듭나려 합니다. 의식주 문화를 주도하는 즐거운 컬처 브랜드이자 진정한 클래식이 되는 그날까지, 우리의 성실한 행보를 지켜봐주세요!